▲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어! 우주가 웃네”
밤하늘에서 마치 우주가 웃는 듯한 광경이 펼쳐져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주 서부의 밤하늘에서 2008년 12월 1일 목성과 금성이 나란히 일렬로 늘어선 현상이 벌어졌다. 밤하늘을 수놓은 두 행성은 얼굴의 작은 두 눈처럼, 초승달은 마치 웃는 입처럼 나타나 거대한 웃는 표정으로 보였다. 이 현상은 저녁 8시부터부터 밤 11시까지 총 3시간여 동안이나 계속됐다. 왼쪽에는 금성이, 오른쪽에는 목성이 밝게 빛나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이다. 별이 내보내는 빛이 지구에 와 닿기까지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눈 앞에 보이므로 우리가 현재라고 착각할 뿐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바로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다. 인간만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잴 수 있는 도구를 발명해 냈다. 그것이 바로 시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의 매듭을 만들어 냈다. 바로 달력이다. 그러면서 그 시간의 흐름의 매듭에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생일, 무슨 띠, 몇 세기 같은 것들이다.
시간(時間)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 또는 그 단위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영어로는 Time이다. 길이, 질량과 같이 다른 물리량을 정하는 기본단위이다. 물리적 시간을 정하기 위해 현재는 원자시계 등을 이용한다. 물리량으로서 객관적으로 정해지고 길이 및 질량과 함께 다른 물리단위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사용된다. 단위로서는 CGS단위계나 MKS단위계에서는 초(秒)를 사용하며 실용단위로서 분(1분＝60초), 시간(1시간＝60분)을 이용한다. 국제도량형총회는 1960년 지구의 자전 대신에 공전에 기초한 초를 시간의 단위로 정했다. 이 초를 역표초(曆表秒)라 한다.
심리적 시간과 생리적 시간은 물리적 시간과 달라 개인의 생리조건이나 경험의 질 및 양에 좌우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예를 들면 같은 길이의 물리적 시간일지라도 유년기의 생리적 변화는 장년기·노년기의 변화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또 장년기를 지나면 세월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고 강렬한 경험이 많이 쌓이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등 심리적 및 생리적 시간은 보편적·물리적 시간에 대해 주관성이 강한 개인적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영국의 역사저술가 스튜어트 매크리디가 엮은『시간의 발견』(휴머니스트)은 시간이라는 질문에 대한 다방면의 답을 시도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시간에 관한 10가지 관점을 역사적, 과학적, 심리적, 철학적 시간 등으로 나눠 8명의 전문가가 집필한 책으로 인류가 시간 측정의 단위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기록하고, 비교하고, 생각할 줄 알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빌로니아에서 로마의 교황에 이르기까지 달력 만들기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 시계의 발명과 시계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 3,000년 동안 철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든 시간에 관한 수수께끼 등 10개의 주요테마들을 조명하며 이 책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간이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용어이면서도 동시에 깊이 파고들면 한없이 깊어지는 밑 모를 우물 같은 개념이다. 어쨌거나 시간이 다차원적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시간은 일상적이기도 하며 자연적인가 하면 인위적인 것이기도 하다. 시간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이 책의 시도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시간이 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른다. 시간 속에서 살면서 시간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존재이기에 시간이 뭐냐고 물을 수 있는 이유가 가능하지 않는가.
현재라는 시간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현재라고 인식한 순간, 바로 과거가 되어버리므로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또한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므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므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렇다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모든 현상의 추이시간(推移時間)은 그 현상이 놓여 있는 공간의 상태(중력장의 영향)에 지배되고 관측자에 대한 상대운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여러 실험에서 확인되고 있다. 즉 시간과 3차원 공간은 서로 독립적이 아니라 4차원 시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4차원 시공간의 회전을 로런츠변환이라 하는데 이 변환에서는 시간좌표와 공간좌표가 대등한 변환을 받는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편성·균일성·객관성을 갖춘 절대적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현실에서 사라져간 시간을 항상 현재라는 시점에서 재생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시간개념을 일깨워줬다. 운동은 모두 시간성을 띠게 되고, 또 운동이란 사물이 변화하는 과정이며, 시간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재는 자인 동시에 개념인데 스냅 사진은 눈으로 분별할 수 없는 운동하는 사물의 순간들을 다양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는 시간의 역사서를 여러 권 썼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출판사 강이 낸『광대한 여행』,『시간의 창공』,『그 모든 낯선 시간들』등이다. 그는 존재의 비의(秘意)와 진화의 비밀 자체가 시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의 책들은 과학적 논의에 더해 ‘그 옛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았던 거지?’ 혹은 ‘우리는 왜 여기에 있지’라고 묻는다. 그의 책에서 몇 십 년 전에 태어난 한 인간이 아니라 광대한 시간을 여행해온 ‘유기체’라는 것을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시간에 의해 살고 또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은 유용한 측정 수단이지만 우리가 부여한 만큼의 가치만을 지닌다. 시간은 사전적으로 연속선상의 두 지점 사이의 간격이다. 흔히 탄생을 삶의 시작으로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연속선상의 두 지점일 뿐이다.
과거란 현재 이전의 시간이며, 미래는 앞에 놓인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일직선으로 된 연속선상에 놓여 있음을 전제로 한 가정이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일직선이 아니며 우리가 과거-현재-미래라는 형태 속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달이 하루 같이 짧게 지나가고 하루가 한 달처럼 길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정지해 있는가, 움직이고 있는가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또한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의 가치가 개인적인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 역사에서 혁신적인 해방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땅’으로부터의 해방이고 두 번째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이다. 전자는 인간의 날고 싶은 심리를 기구에서 비행기, 우주선까지 발전시켰고. 후자는 육체노동을 기계, 로봇으로 대체시켰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 것이다. 그 다음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시간이다. 시간으로 부터의 해방은 물리적인 측면과 삶적인 측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시간의 극복은 불노불사와 시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타임머신이 예가 될 것이다. 삶적인 측면에서의 시간의 극복은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수면 시간 등을 줄이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것이다.

시간은 발견된 것이 아니라 발명된 것이다. 시간이란 관념적인 허상에 불과했으나 인간에 의해 구체화돼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개념이 됐다. 이제는 시간이 인간 사회의 진리처럼 돼 버렸다. 물론 시간이라는 관념이 구체화되기 이전에도 세월의 흐름은 존재, 사람들에게 인식된 삶의 일부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상의 법칙과 같은 시간의 개념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발명한 것임이 분명하다. 시간이 발명되지 못했다면 인류사회는 지금보다 덜 발전했을 것이다. 우주의 시각으로 보면 찰나와 같은 역사를 인간이 이렇게 빨리 발전, 우주를 겨냥해 손을 뻗히기 까지 시간이란 개념이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시간에 종속, 쫓기는 신세가 돼 버렸다.

행복의 열쇠는 자유인가, 돈인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현대인들의 행복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는 선택의 자유가 커졌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기분이 행복감을 이끌어 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이다.
미국 브레멘 제이콥스대와 미시간대가 1981~2007년 중 90개국 35만명에 대해 행복과 생활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년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던 52개국 중 40개국에서 행복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행복감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월드 밸류 서베이 연구원 로베르토 포아는 2007년 로널드 잉글하트, 크리스토퍼 피터슨, 크리스천 웰젤과 공동으로 집필한 <개발과 자유, 그리고 상승하는 행복감>이란 논문에서 고대 그리스 역사가 철학자 투키디데스(BC460~BC400년)의 말을 인용, “행복의 비결은 자유”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설문 대상자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늘어났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3개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자유’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행복감도 함께 늘어났다고 답했다. 포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분명히 자유로운 곳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민주주의를 도입했고, △소수민족과 여성의 인권이 널리 보호받고 있으며, △인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투자는 국경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自由)는 사전적으로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 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법률적으로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철학적으로는 자연 및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일이다. 2008년 숨진 소설가 박경리도 작가의 상상력은 ‘자유’에서 나온다는 말을 강조, “문학을 해방된 영혼의 표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저술가로서 살 수 있게 정신적으로 영혼을 해방시켜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