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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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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2.22  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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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우리 인류가 하늘로 머리를 들고 두발로 서서 다니기 시작한 직립원인의 연대는 35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아프리카 올두바이 협곡 남서 40㎞ 지점에서 젖은 재에 찍혀 있는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부모와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이 발자국은 가까운 사디만 화산이 폭발한 직후 낙진 속에 피해다니다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두 발로 걸어다닌 지 100만년이 더 되자 다리는 걸어지고 마주 보는 두 엄지 발가락을 짧아졌다. 나무에서 사는 능력을 잃어가는 대신 땅에서의 생존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그런 식으로 변해 사람과의 영장류 호미니드가 됐다. 인류는 호미니드 과(Family) 호모 속(Genus) 사피엔스 종(Species)이다.

어느날 인간만 몽땅 사라지면 지구는 제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책이 바로『인간 없는 세상』이다. 저자 앨런 와이즈먼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 국제저널리즘 교수. 2007년 출판된 이 책은 타임, 뉴스위크 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전 세계 20개 국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자연의 복원력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인간 이외 생물종이 극적으로 신속하게 제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커버> 2005년 2월호에 소개, 이 책의 뿌리가 된 짧은 에세이 <인간 없는 지구>는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로 선정됐다. ‘인간 없는 세상’은 지구를 파괴해온 주범이 인간이므로 결국 파괴자 없는 지구이자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문명을 이끄는 미국의 거대동물들은 다 사라졌는데 아프리카에는 왜 아직도 남아 있을까? 그 이유는 아프리카에서는 인간과 거대동물이 함께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의심할 줄 몰랐던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폴리네시아, 카리브의 초식동물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인류의 수가 늘어나면서 적응할 기회가 있었다. 포식자와 함께 살아온 동물들은 포식자를 경계할 줄 알게 되면서 피하는 방법을 발전시킨다. 배고픈 이웃이 워낙 많았던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크게 무리를 지어 다니면 포식자가 동물 하나를 고립시켜 잡아먹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들은 무리가 풀을 뜯는 동안 일부로 하여금 경계를 보도록 했다. 얼룩말은 줄무늬로 포식자를 복잡한 착시 현상에 빠뜨려 어리둥절하게 함으로써 위험을 피한다. 얼룩말, 누, 타조는 탁 트인 초원에서 삼각동맹을 형성함으로써 위험을 줄인다. 얼룩말은 귀가 아주 밝고, 누는 코가 매우 예민하며, 타조는 눈이 아주 밝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어력이 이같이 뛰어나면 오히려 포식자들이 멸종하지 않을까? 그래서 여기에도 균형이 작용한다. 치타는 단거리에서 가젤을 앞서지만 장거리에서는 가젤이 치타보다 낫다. 또 포식자의 수가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먹이가 되어주지 않거나 번식을 자주 해 종족의 개체가 유지되도록 한다. 그 결과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은 흔히 병들고 늙고 약한 상대를 잡아 먹게 된다. 약육강식 속에 공존하는 자연의 지혜이다.

필자의 고향에도 인류가 사라진 후 자연에 대해 사유케 하는 대상들이 있다. 주인이 떠난 밤실 농가 빈집, 폐교가 된 가양초등학교 교사, 인경산 기슭에 버려진 묘지들 등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가옥이다. 3년 후면 난방이 중단됨에 따라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건물이 손상된다. 예컨대 벽과 지붕 사이의 이음매에 균열이 생긴다. 10년 후면 지붕에 가로세로 18인치의 구멍이 나 있던 헛간이 허물어진다. 사람 없는 집은 대부분 50년, 목조가옥이라면 기껏해야 10년을 못 버틴다. 버려진 묘지는 4~5년이 지나면 잡초로 덮혀 소재를 분간하기 어렵다.

앨런 와이즈먼의『인간 없는 세상』의 연대기에 의하면 인간이 사라지자마자 곰팡이가 건물 벽을 갉아먹고 빗물은 못을 녹슬게 하거나 나무를 썩게 한다. 이틀이 지나면 뉴욕 지하철은 물이 들어차 통행이 불가능해지며 1년 후에는 고압전선의 전류가 차단돼 새들이 고압전선에 부닥칠 일이 사라진다.
20년 후면 파나마운하가 막혀 남북아메리카가 하나가 되고 밭 작물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기 이전의 야생 상태로 돌아간다. 300년 후에는 댐이 무너지고 휴스턴 같은 도시가 물에 씻겨 나간다. 500년 후에는 온대지역의 교외가 숲으로 변하며 1,000년이 지나면 영불해협의 해저터널 정도만 빼고는 지구상의 인공구조물이 사라진다.

3만 5,000년 후에는 굴뚝산업 시대에 침전된 납이 마침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이에 비해 카드뮴은 완전히 씻겨나가기까지 7만 5,000년 세월이 걸린다. 10만년 후에는 이산화탄소가 인류 탄생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지며 25만년 후에는 금속 케이스가 일찌감치 부식된 플루토늄 핵폭탄의 플루토늄 수준이 지구의 자연적인 배경복사 수준으로 떨어진다.
30억년 후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생명체가 지구상에 번성하며 45억년 후에는 태양이 팽창함에 따라 지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적어도 10억년 동안은 지구 최초의 생물을 닮은 미생물이 다른 어느 생물체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인간이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만이 영원히 우주를 떠다닐 것이다.

물론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만 없애는 등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른 생물종은 그대로 남은 채 인간만 지구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가 이 책의 이름 ‘인간 없는 세상’을 가정한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그 동안 지구에 가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고발하기 위한 의도이다. 사실 인간은 영역을 넓힐 때마다 한 지역의 생물을 파멸의 위기로 몰아갔다. 다른 종을 멸종시키는 인간의 킬러 본능은 다른 말로 하면 탐욕의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책이고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도 결국 인간의 탐욕이 사라져야 발휘될 수 있다는 냉정한 지적을 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획하는 인류가 없어짐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야생동물, 애완동물들이 인류가 멸망함으로써 점점 야생으로 변화하는 과정, 멋드러지게 지은 나무집이 개미밥이 돼 철골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에펠탑, 브룩클린다리, 스핑크스와 같은 문화유산 및 건축물들이 붕괴되고 부식되는 모습,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스팔트길이 숲으로 뒤덮이는 장면….

2008년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제작한 <인류 멸망 그 후>(감독 데이빗 드 브리스)는 영상으로 그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어느 순간 인류 전체가 사라진다면’이란 전제를 놓고 인간 이후의 생명세계를 보여주는 가상 다큐멘터리이다. 인류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의 생태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복원력은 상당히 강하므로 인간이 남겨놓고 간 모든 것들과 도시로 대표하는 구조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그 위를 덮을 것이다.

끔찍한 가정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에서 모든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초록별 지구의 영원한 주인 인간이 사라진다면 그동안의 모든 질서는 깨지고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닥쳐오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착각이었다.
인간이 사라진 첫날. 세상은 암흑으로 변한다. 10일이 지나자 슈퍼마켓에 진열된 과일이 썩는다. 6개월 후 도시의 패권은 야생동물들에게 넘어간다. 1년이 지나자 건물은 식물들로 뒤덮이고 균열이 생기고 5년 뒤 풀밭은 숲을 이룬다. 10년이 지나자 바다가 활기차게 살아난다.

100년 뒤에는 자연적인 산화작용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자료들 역시 소멸된다. 200년 후엔 대도시의 거대한 구조물들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1,000년이 흐르자 도시는 완전히 사라진다. 1만년이 지나면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인간이 사라지자 지구와 생명체는 가장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인류 멸망 그 후>는 45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해 보면 만년의 세월도 단 몇초에 불과하고 인류의 역사도 기껏 30초에 불과하다. 파멸을 자초한 세대는 우리 인류가 처음이며 사람이 없어도 지구는 건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인류멸망 후 지구의 모습을 연대 순으로 보여주는데 시청자들에게 인류가 생기기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지구를 보며 ‘인간이란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였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류가 멸망하면 자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본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300년이 지나면 인류가 훼손한 동식물의 생태가 원상회복되고 1만년후에는 인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을 파괴한 해온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된 것이 아닌가.

마지막 인간은 더 이상의 의미에 대해 묻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의미를 먹고 산다. 탐욕을 버리고 시대를 거슬러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을수록 지구의 생태는 정화되고 복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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