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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뻐꾸기와 인간의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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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29  1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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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뻐꾹 뻐꾹’하고 우는 소리는 지금도 고향의 소리처럼 들린다. 봄이 되면 고향의 이산 저산에서는 뻐꾸기가 운다. 그 소리를 들으며 충청도 산골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다. 참 듣기가 좋다.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이다. 구애의 소리이다. 암컷은 수컷의 우렁찬 소리와 달리 ‘삐삐삐삐’하고 운다. 5월에서 8월사이의 번식기에 들을 수 있다. 뻐꾸기목 두견과의 조류로 낮은 지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새이다. 주로 관목에 앉아 쉬지만 전선에도 곧잘 앉는다.

그런데 이 놈들의 번식 방식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자기 둥지에 알을 낳지 않고 다른 종의새둥지에 몰래 들어가 기존에 있던 알을 밖으로 밀어내고 알을 낳는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나는 5월 상순에서 8월 상순까지 1개의 둥지에 1∼3개의 알을 낳는다. 번식기에 낳는 알은 모두 12∼15개. 때까치·멧새·붉은뺨멧새·노랑할미새·알락할미새·힝둥새·종달새 등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에 속임을 당하는 바보 새들이다.

알은 가짜 어미가 품은 지 10∼12일 지나면 부화하고 가짜 어미로부터 20∼23일간 먹이를 받아먹은 뒤 둥지를 떠난다. 둥지를 떠난 뒤에도 7일 동안은 가짜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먹이는 곤충, 특히 송충이를 즐겨 먹고 새끼에게는 곤충의 유충을 먹인다. 뻐꾸기 새끼는 부화 후 1∼2일 사이에 같은 둥지 안에 있는 가짜 어미의 알과 새끼를 등에 얹고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동물의 잔인한 생존력이다.

유럽에서는 재개비가 뻐꾸기의 희생 양이 되고 있다. 재개비는 자고새로 성경에도 나온다. 뻐꾸기 암컷이 재개비 둥지에 이미 존재하는 재개비 알을 버리고 그와 비슷하게 생긴 낳는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부화하지 않은 재개비 알을 밖으로 모두 밀어 낸다. 재개비 알이 먼저 부화하더라도 힘이 센 뻐꾸기 새끼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 죽는다.

재개비는 알에서 깨어난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 새끼로 알고 키운다. 뻐꾸기 새끼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먹이를 달라고 졸라 왕성한 식욕을 해결한다. 갈수록 그 소리는 커진다. 뻐꾸기의 속임수에 넘어간 재개비는 뻐꾸기 새끼를 키우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만다. 자연의 삶은 자인하다. 기가 막힌 생존의 방식이다.

뻐꾸기는 속임수의 대가이다. 어미는 시각적 속임수를 써서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는 청각적 속임수를 써서 왕성한 식욕을 해결한다. 조류는 모두 난생이다. 일반적으로 둥지를 틀고 산란하며 포란해 부화된 후 새끼를 키운다. 그러나 약 9,000종의 새 중 100여 종이 뻐꾸기와 같이 새끼를 키운다. 비열한 얌체들이다.

조류는 외부형태·해부결과·습성, 근년에는 혈청반응·염색체·난백(卵白) 등 단백질 조성에 관한 연구와 그 밖의 각 방면에서 유연(類緣)이나 계통이 연구돼 분류방법도 다양해졌다. 심장의 혈액을 채취해 그의 핵산(DNA)을 전기영동법(電氣泳動法)에 의해 나타나는 형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조류의 목 중 타조목에서 도요목까지는 일반적으로 대형의 지상 또는 수생 조류이며 매목은 수상성 조류가 많지만 지상성 기원이라고 본다. 비둘기목 이하는 중·소형 조류이며 수상생활로 진화한 것이 많다. 참새목은 가장 새롭고 고등한 조류이며 종수의 분화가 뚜렷하다. 이것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형조류가 이용하지 않았던 생활장소나 먹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경이 고등식물의 진화와 더불어 복잡해졌으며 그의 열매와 꽃, 거기에 붙는 곤충 등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생활환경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조류는 대개 수컷이 아름다우며 구애행동·발성·발음·노래와 지저귐이 발달해 본능적 행동이 뚜렷하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쓰냐, 연극 하나, 영화 찍나? 가식적인 언행에 대한 야유이다. 특정 부류의 예외적인 사람들만 속임수를 쓰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거짓과 편법이 횡행한다. 이는 ‘속이는 자가 이기는 사회 시스템’ 탓이다.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더욱 퍼지며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는 자기변명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현실도 그럴까. 아니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도 그럴까. 하긴 유치원에서 배운 구연동화에서 대학의 철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현실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교육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 괴리는 하루치 신문을 훑어만 봐도 쉽게 확인될 수 있다. 뻔한 거짓말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인, 비자금 의혹에도 끝내 발뺌하는 기업인, 그리고 증거 불충분을 핑계삼아 수사를 외면하려는 검찰….

왜 우리 사회는 거짓과 편법을 용인하는가? 자산의 규모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판단되는 사회에서 정직은 아름다운 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속임수가 승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속임수가 발각될 확률이 점점 적어지고 설령 발각된다 하더라도 그 처벌은 미미하며 그에 비해 속임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공의 열매는 너무나 크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속임수는 어느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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