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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디지털 촉감(觸感)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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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24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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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요즘 나오는 휴대전화는 애완견처럼 만지면 반응한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흔들면 주사위가 구르는 느낌이 나고 누르면 메뉴 아이콘이 따라 움직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휴대전화 ‘햅틱폰’이 바로 이것으로 모바일 기기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휴대폰에 새로운 터치유저인터페이스가 도입된 것이다.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의 이름을 딴 햅틱폰도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2008년 초 국내 처음으로 이와 유산한 ‘햅틱펜’을 개발했다. 보통 PDA 같은 휴대기기에서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서 정확한 점을 찍는 걸 돕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비해 햅틱펜은 내부에 소형 진동모터를 내장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진동과 충격, 소리 제공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컴퓨터 윈도우 시스템의 메뉴와 아이콘, 버튼, 스크롤바를 클릭, 드래깅, 드롭하며 조작할 때 각기 다른 촉감을 생성한다.

전자통신연구원에 의하면 햅틱펜은 햅틱폰보다 더 정교한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햅틱폰에 달린 진동 모터는 전기가 끊어져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좀 더 떨리다 멈춘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자주 진동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최근 터치폰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펜, 각종 게임장치 등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서 이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촉감(觸感)을 만드는 이들 기기에 사용된 기술은 ‘햅틱 기술’이다. 이 용어는 ‘햅틱스’에서 파생된 말로 햅틱스(Haptics)는 컴퓨터의 기능 가운데 사용자의 입력 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그리스어로 ‘만지는’이라는 뜻의 형용사 Haptesthai에서 온 말이다. ‘컴퓨터 촉각기술’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컴퓨터 기술은 인간과 컴퓨터가 정보를 주고받는 데 시청각 정보가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사용자는 가상 현실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정보를 원하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촉각과 힘까지 전달하는 햅틱 기술이다.

햅틱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터를 만들려면 햅틱 장치와 햅틱 렌더링,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필요하다. 햅틱 장치란 일종의 로봇팔과 같은 기계적 장치로 사람과 가상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사람은 햅틱 장치를 통해 가상 환경에 명령을 내리고 가상환경에서 오는 촉감이나 힘을 느끼게 된다.

햅틱스는 크게 힘 피드백과 촉각 피드백의 두 영역으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힘 피드백은 기계적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힘과 운동감을 느끼도록 하는 기술로 이미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에서 상영되는 다이내믹한 영화에서는 화면이 움직이는 대로 의자가 움직여 속도감이나 충돌감을 전달해 관객 자신이 그 장면 속에 있는 듯이 느끼게 한다. 이것이 햅틱스의 힘 피드백을 활용한 예.

또 게임 기계에서 총을 쏘면 실제로 조이스틱이 덜덜 떨리고 웹에서 마우스 커서가 버튼을 건드리면 그것을 손끝으로 느끼게 하는 경우도 힘 피드백 영역이다. 촉각 피드백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의학 분야이다. 컴퓨터 화면에 3차원 해부학적 구조를 보면서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환부를 직접 시술할 수 있는 3차원 영상이 실시간으로 컴퓨터 화면에 뜬다. 여기에 압축 공기나 전기 등으로 움직이는 작은 핀과 같은 기계 수용기를 이용해 실제로 피부 조직 등을 만지는 듯한 촉감이 전달돼 실제 상황과 거의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게 된다.

또한 컴퓨터의 터치스크린 등에도 이용되는 기술이며 이밖에 햅틱 장치와 햅틱 렌더링은 의료 시뮬레이터와 항공기 및 전투기 시뮬레이터, 차량 시뮬레이터, 게임 시뮬레이터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햅틱 기술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해 진행돼 미항공우주국(NASA)의 시뮬레이터팀에서는 전투기 조종 연습을 위한 햅틱 장치와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필자도 호주의 한 항공사에서 직접 연습해 보았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는 차량의 운동 특성에 맞는 운동 재현 장치를 개발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로봇 등으로 많은 연구 개발이 진행중이다.

햅틱은 쉽게 말하면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실제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 패턴을 만들어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할 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핀란드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진동 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을 구현해 실감나는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은 진동이 없어 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사용할 땐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 기술이다. 햅틱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 비율을 줄이고, 동작 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은 진폭과 주파수, 전달 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가상의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햅틱 인터페이스다.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밑에는 작은 진동 모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진동 모터가 작동하고 이때 발생한 진동 자극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햅틱 촉각을 사람이 인지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무게나 형상, 굳기 등 근육이 감지하는 경로와 표면 무늬나 질감, 온도 등 피부가 느끼는 경로다. 크게 힘 인터페이스와 질감 인터페이스로 나눌 수 있다.

미국 센서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팬텀 장치가 대표적인 힘 인터페이스다. 이 기업은 팬텀 장치를 이용해 손가락을 넣고 컴퓨터 화면 속의 물체를 움직이면 촉감이 느껴지는 골무를 만들기도 했다. 질감 인터페이스는 진동 모터 같이 작고 효율적인 부품이나 소재로 사람 피부에 자극을 가해 가상의 느낌을 전달한다. 햅틱폰이 가장 단순한 질감 인터페이스의 사례다. 앞으로 질감 인터페이스는 많은 휴대기기에 내장되면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진동 모터를 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촉각 효과 라이브러리, 응용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으로 실현된다.

햅틱 기술은 자동차와 로봇,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는 5 시리즈 이상의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는 운전자가 에어컨, 오디오, 창문 등 자동차 내의 진동장치를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조작 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해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일본 알프스전기는 햅틱 기술을 적용한 운전대와 페달, 기어 시스템인 햅틱 코멘더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감지한 뒤 운전대에 달린 햅틱 장치를 통해 페달에 저항감을 줘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바퀴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대를 통해 경고 진동을 주거나 동작을 멈추게 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햅틱 장치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나 원자로,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기구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기를 다룰 때의 촉감까지도 만들어내는 의료용 햅틱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촉감을 만드는 햅틱 기술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소리와 통합돼 다중감각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세상을 열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의 화두는 햅틱이었다. 신세대들은 이를 모르면 간첩으로 오인될 정도이다. 올 봄 중학교에 입학한 필자의 늦둥이 아들도 햅틱폰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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