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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정치구단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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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21  14: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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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호남의 대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8일 향년 85세로 서거했다. 민주화유공자(제1359호)로서 그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 자체는 한국 근·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 중 김영삼(YS)은 민주화의 동지이자 정치적인 라이벌이었고 고 박정희와 전두환은 정적이었다. 특히 DJ와 YS는 오랜 세월 협력과 경쟁 사이를 오가며 산업화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의 기적 중의 하나인 민주화를 이끌어냈다. 필자는 1980년 언론인으로 YS를 따라 민주화운동에 참여, DJ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우선 정부가 19일 가족들의 요구를 수용, DJ의 유해를 원칙없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키로 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필자는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에게 아버지를 잃은 자식으로서 ‘친북좌파’의 수장역할을 해온 그의 국립현충원 안장에 동의할 수 없다. 타계했다고 일방적으로 미화해서는 안된다.

현충원은 원래 6․25 때 전사한 군인들을 안장하기 위해 만든 국군묘지로 DJ가 묻힐 곳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이다. 고인이 더 잘 알 것이다. 빨갱이들과 싸우다 숨진 영령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 DJ는 그에 대해 엄격한 후세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상사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생전에는 거짓말을 밥듯이 해왔으나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DJ를 현충원에 안장하려면 그곳에 묻힌 약 5만의 한국전쟁 전사자를 모두 다른 곳으로 이장해야 할 것이다. 나의 아버지(신필휴)도 20대에 산화해 이곳에 계신다.

DJ는 지금까지 고향사람들로부터 세칭 ‘전라도의 정신적 지도자’로 군림해왔으므로 광주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는 것이 자기로 인해 무참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예우이자 지도자로서의 신의를 지키는 덕목이지 않을까? 5․18묘지는 5․18 격전지를 상징하는 무등산이 바라다보이는 광주시 북구 운정동 산34번지(구묘역의 1㎞정도 아래 쪽) 일원에 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희생돼 망월동(5.18구묘역) 및 전국 각지에 묻혀 있던 민주열사들의 묘소를 1997년 이장, 새로 조성한 묘역이다. 2002년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그러나 DJ 유족들은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파렴치하게 정부측에 ‘국장에 현충원 안장’을 요구했다. 프랑스 드골은 이와 달리 위인들의 묘소 파리 팡테옹을 마다하고 고향의 가족 묘지에 묻혔다. 품격이 다른 두 지도자의 모습이다. 청와대가 나서 가족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 장례절차가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무원칙하게 결정돼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DJ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동에 소재한 국립현충원은 개나 소나 갔다 묻는 동네 공동묘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켜가는 정체성의 상징이다. 정부는 지혜롭지 못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때와 같이 또 우를 범하고 말았다. DJ의 상반된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다. 죽기 전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현실정치에 깊이 간여, 측은함마저도 다 까먹고 갔다. 이 사회의 걸림돌로 노조와 함께 지적돼온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평생을 반대하고 투쟁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징그럽다. 이제는 죽은 망령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고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DJ가 생전에 광주·전남 사람들을 불모로 잡아 평생 뼈속까지 울궈 먹었으면 죽어서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이를 거부한다면 개만도 못한 인간으로 치부될 수 있다. 아무리 개같이 살았던 인간말종이라도 죽기 전에는 사람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고향 사람들을 등에 얻고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고향에 가서 묻히는 것을 거부한다면 누가 인간으로 보겠는가? 전라도 사람들에게 ‘선생님’으로 호칭되는 DJ가 죽어서 갈 곳은 단 한 곳, 국립5.18민주묘지라고 생각한다. 빛고을 광주(光州)에 묻혀 그동안 고향사람들에게 진 빚을 두고 두고 갚아야 한다. 죽음을 연구하는 자연사상가로서의 당부이다. 욕심을 부리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공적마저 다 잃게 된다.

그러나 추종자들이 묻혀 있는 광주 5.18묘지를 마다하고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면 고향사람들의 비난은 물론 우파들로부터 ‘용공사상’논쟁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을 내 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양쪽이 다 화약고다. 극좌와 극우를 배제하고 중도실용론을 표방한 이명박(MB) 대통령은 관용을 베푸는 듯한 모양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화약고에 불이 붙으면 그도 유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DJ측의 자충수와 MB의 무리수로 어부지리를 보는 쪽은 YS. 그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이천에 조성되는 민주공원을 안식처로 택할 경우 마음을 비운 지도자를 조명되고 DJ와 차별화돼 ‘민주화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DJ가 현충원이 아닌 광주 5.18묘지를 택했을 경우 YS의 정치, 역사적인 입지는 달라졌을 것이다. 민주공원에는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민주화운동 주역들이 안장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충원은 국군묘지로 출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나 민주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이곳에 묻힌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과 ‘경제대통령’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독재정치를 하다 불명예스런 최후을 맞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민주투사’ DJ가 미망인을 내세워 왜 현충원에 묻히기를 원했을까?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죽을 때까지 전라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던 ‘행동하는 양심’ DJ는 어디 갔나. 이것이 정치구단 DJ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최후의 모습인가? 필부들도 죽으면 고향산천으로 돌아가는데 그를 따르던 순진한 고향사람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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