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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사랑나무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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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18  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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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국립공원 속리산 문장대 북동향 기슭의 청천에는 소나무 연리지가 있다. ‘사랑나무’ 혹은 ‘부부송’이라 부른다. 30cm 굵기의 가지 하나가, 손을 맞잡고 남녀가 서로를 끌어당기듯 두 나무를 연결하고 있어 사랑나무라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이 나무를 찾아보면 연리지처럼 오래도록 한 몸이 되어 백년해로한다는 속설도 전한다.

수령 100여년의 적송으로 높이는 15m이고 둘레는 1.6m이다. 영문 H자 모양의 연리지 연결 길이는 50cm정도이고 땅에서 4m 높이에 있다. 군에서 관리 보호한다. 2004년 12월 20일 괴산 보호수 112호로 지정됐다. 소재지는 정확하게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산26번지로 화양동계곡의 상류지역이다. 그러나 이 연리지는 2008년 봄부터 원인 모를 병으로 솔잎이 마르기 시작, 8월 현재 나무 전체가 고사되고 있어 지역주민들과 내방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 사랑의 연리지  
 

   
 
  ▲ 죽어가는 연리지  
 

필자의 고향에는 흥미롭게도 이처럼 신비한 연리지와 함께 소나무 연리목도 두 곳에서 발견됐다. 청천면 사기막리 국유림의 용추폭포와 사리면 사담저수지 위의 보광산이 그 곳이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랫동안 자라면서 서로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한다. 소나무와 참나무처럼 서로 다른 종의 나무는 수 십 년이 아니라 수 백 년을 같이 붙어 있어도 그냥 맞대고 있을 뿐, 결코 연리가 되지 않는다. 완전한 연리는 같은 종의 나무에서만 일어난다. 그러나 같은 나무가 아니면서 서로 의좋게 붙어 있는 나무도 있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라든가 음나무와 느티나무가 연리의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리 중에서 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라하고 줄기가 이어져 하나가 되면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한다. 맞닿은 두 나무의 결이 서로 통해 세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숲 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 간다. 가까이에 있는 어린 두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자라는 동안 지름이 차츰 굵어져 서로 맞닿게 된다. 두 나무 모두 각각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를 심하게 압박한다. 처음에는 자기만 먼저 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압력으로 벗겨지면 맨살끼리 접촉이 이루어지고 남남으로 만난 둘 사이에는 사랑의 접촉이 이루어지면서 생물학적인 결합을 시작한다.

처음에 지름생장의 근원인 부름켜가 조금씩 이어지고 그 다음은 양분을 공급하는 유세포(柔細胞)가 서로 섞인다. 나머지의 보통 세포들이 공동으로 살아갈 공간을 차지하면 두 몸이 한 몸이 되는 연리의 여정은 끝이 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두 가지가 하나 되기도 하고 줄기가 또는 뿌리가 붙어 하나 되기도 한다.

줄기가 붙은 연리목은 가끔 볼 수 있지만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드물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고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쉽게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의 뿌리들은 땅위의 줄기나 가지보다 훨씬 더 흔하게 연리 현상이 일어난다. 좁은 공간에 서로 뒤엉켜 살다보니 맞닿을 기회가 많아 그렇다. 그렇다고 이러한 모습을 연리근(連理根)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10여 년이 넘게 걸리는 연리의 여정을 통해 한 몸이 돼 버린 두 나무는 양분과 수분을 서로 주고받으며 한 쪽 나무를 베어내도 다른 나무의 양분과 수분을 받아 함께 살아간다. 특히 신비로운 것은 두 나무가 붙어 하나가 되지만 각각 가지고 있던 본래의 개성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빨간꽃을 피웠던 나무는 여전히 빨간꽃을 피우고 노란꽃을 피웠던 나무는 그대로 노란꽃을 피운다고 한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묘한 삶을 살아 가는 것이 연리지이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닮아간다.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사랑하게 돼 둥지를 틀고 같은 곳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같이 웃고 울며 오랜 시간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서로에게 동화되고 겉모습까지 닮아가게 된다. 그렇게 둘이지만 한 몸처럼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연리지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옛부터 연리지 나무를 금슬 좋은 부부의 사랑으로 비유한다.

연리지는 우리 나라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기도 광주(금산사)와 북제주군 우도에서는 소나무 연리지,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서는 동백나무 연리지가 발견됐다. 다른 곳에도 사랑의 연리지가 있을 것이다.

연리지에 관한 고사도 있다. 후한말의 대학자 채옹은 워낙 효심이 극진해 어머니가 죽고 난 다음에 뜰에 나무들이 자랐는데 그 나무들이 연리지가 됐다고 했다.원래 연리지는 효심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이다.그것이 다정한 연인의 상징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당나라의 시인 백락천에 의해서다.그가 태어났을 때는 대당제국의 영화가 점차 기울어가던 때였다.양귀비와의 사랑에 빠진 현종이 제대로 정치를 돌보지 않은 탓이었다. 현종은 백락천을 시켜 양귀비에게 시를 지어 사랑의 언약을 노래했는데 그것이 유명한 <장한가>이다. 안녹산의 난으로 꽃다운 나이에 비명에 간 양귀비를 잊지 못해 현종은 늘 이 시와 노래를 읊조렸다고 한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 있는데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 끝없이 계속되네.

당나라의 시인 백락천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이다.


2006년 개봉된 최지우와 조한선이 주연을 맡은 영화 <연리지>(감독 김성중)는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행복하게 남은 생을 살아가려는 여자와 그를 만나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깨닫는 젊은 사업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건조해 생겨난 보상심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귀나무나 음나무를 인위적으로 연리지나 연리목으로 만들기도 한다. 밤에 잎이 움츠러드는 자귀나무는 의좋은 부부의 모습처럼 보이고 음나무는 사랑을 방해하는 귀신을 쫓아낸다는 전설 때문이다. 연리지는 육종용어로 접목(椄木), 즉 접붙이기이라 한다. 접붙이기는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일부를 잘라서 연결,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인위적인 재배 기술이다.

접붙이기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식물을 인위적으로 만든 절단면을 따라 이어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재배 기술을 말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한 식물은 뿌리를 남겨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바탕 나무가 되는데 이런 나무를 대목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간이 과실 등을 얻기 위한 목적이 되는 나무를 접수 또는 수목(穗木)이라고 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 영양생식의 한 종류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개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같은 차원의 연리지나 연리목도 생물학적으로 생식이 아니므로 성을 바탕으로 한 남녀의 사랑으로 규정해서는 안되고 상징적인 의미로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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