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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그린 IT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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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13  11: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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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밥을 먹고 살듯, 컴퓨터를 비롯한 IT(정보기술)기기도 전기를 먹어야 작동한다. 인터넷의 한 자료를 보면 서버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비용과 전력 비용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2001년에는 인프라 비용과 전력 비용의 합이 서버의 가격과 같았다. 2004년에는 인프라 비용이 서버 비용과 같아졌다. 그런데 2008년에는 에너지 비용 하나만으로도 서버 비용과 같아졌다. 이 사례는 에너지 비용 증가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최첨단 IT기기인 슈퍼컴퓨터 개발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에너지 절약’이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십~수백만 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해야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많다. 성능향상을 위한 새로운 CPU의 개발은 물론이고, 이들을 연결하는 방식, 데이터교환방식, 새로운 알고리즘의 개발, 새로운 프로그래밍 모델의 개발 등도 중요하지만 녹색시대를 맞아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에너지 절약이다.

미국은 2008년 6년 동안 추진해온 페타플롭스 슈퍼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페타(Peta)는 1015, 플롭스가 1초에 1번의 실수연산을 의미하므로 페타플롭스는 1초에 1015번의 연산, 즉 1,000조 번의 연산이 수행됨을 의미한다. 1초에 1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테라플롭스 컴퓨터가 등장한 지 11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이다. 이 시스템의 이름은 미 남서부와 멕시코 일대에 서식하는 새의 이름을 따 로드러너(Roadrunner)로 지어졌다. 땅 위를 질주하며 뱀을 잡아먹는 로드러너의 이미지는 실리콘 기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고속의 컴퓨팅 과정과 일맥상통하다. 이 시스템은 IBM에서 개발된 셀 프로세서 12,960개와 AMD의 듀얼코어 프로세서 6,948개를 함께 사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고성능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 특히 장점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발전과 변화는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성장과 편리한 생활을 보장했지만 그 이면으로 인류의 삶의 터전이 되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 기반 사회를 형성시키며 지식정보 사회로, 유비쿼터스 사회로 숨가쁜 헤게모니의 이동을 통해 인류의 삶이 편리해지는 만큼 환경의 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도쿄의정서가 의결된 후 오늘날 지구촌의 각 국가 정부와 기업은 모두 한 목소리로 ‘그린’과 ‘환경보호’를 외치고 있다. 인류의 윤택함과 환경의 윤택함이 공존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한 이슈를 넘어 절체절명의 과제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히 ‘그린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신드롬(Syndrome)은 의학용어로 어떤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증세로서는 일괄할 수 있으나 어떤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에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의학용어를 넘어 신문, 방송 등에서 흔히 사용하므로 하나의 유행어가 됐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특정 인물을 우상시하고 모방하는 문화 현상이 만연해 있는데 이러한 병적 현상을 신드롬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의 녹색바람도 분명 신드롬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린 에너지, 그린유통, 그린교통, 그린IT, 그린건설 등 전 산업영역에서 그린(Green) 바람이 대단하다. 이제 그린은 단지 환경적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있어서 새로운 키워드로서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그린IT는 지구파괴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다양한 IT가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IT를 촉매로 에너지를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IT 융합기술의 진화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선진국에선 그린IT 기술선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TV, 휴대전화, 프린터 등 다양한 친환경 기기가 출시되는 등 그린 IT가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환경피해의 주범으로 꼽혔던 프린터 업체들의 녹색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프린터에서 배출되는 많은 양의 폐토너ㆍ카트리지, 가동시 발생하는 오존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물질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는 등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아왔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개발하는 모든 휴대전화에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브롬계 난연제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2010년부터는 폴리염화비닐 사용도 금지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최근 출시된 휴대전화 SCH-W510이 환경부 산하기관인 친환경상품진흥원으로부터 국내최초 환경마크를 획득했다. 환경마크는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이다.

국내 정부기관 중에서는 관세청이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최근 에너지 효율화·환경보호 실천 등 관세행정의 그린IT실현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접목한 그린컴퓨팅 운영체제를 공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입키로 했다. 그린컴퓨팅 운영체제에 사용된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 기술은 업계에서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개발 보급 단계에 있는 신기술이다. 관세청은 이에 앞서 지난 4월부터 1개월간 시범운영을 실시해 타당성 여부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관세청에서 운용중인 컴퓨터(약 4,000대)에 적용할 경우 1년에 약 7,0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입시 소요되는 약 7,000만원의 예산을 1년안에 충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절감액은 연차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세청의 그린컴퓨팅 운영체제는 관세청과 산하세관의 모든 컴퓨터에 대해 일정기간 미사용시 강제휴면 또는 강제종료 하는 방식으로 전원을 관리하는 것.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며 아울러 환경보호에도 이바지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07년 IDC 보고서에 의하면 다른 모든 문제보다도 전력과 냉각이 컴퓨터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조사됐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는 컴퓨터 관련 학회나 행사에서 그리드(Grid)가 가장 인기 있는 용어였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계산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그린컴퓨팅(Green Computing)이 그리드를 능가하는 인기 용어가 됐다. 그리드는 진공관의 음극과 양극의 중간에서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는 격자(格子)에서 유래한 용어로 기존의 웹과 차세대 인터넷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적게는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대의 개인용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제어할 수 있어 가상 슈퍼컴퓨터로도 불린다.

요즘 유행처럼 쓰이는 Green IT는 원래 그린컴퓨팅에서 시작된 것이다. 기존의 IT가 경제력 활성화에 그 목적을 두고있다면 Green IT는 3P 즉 인류(People), 지구(Planet), 그리고 수익(Profit)에 그 목적을 둔다고 볼 수 있다. Green IT는 이미 알려진 Green Chemistry와 비교했을 때 친환경 목적은 같으며 단지 화학 분야가 아닌 IT 즉 컴퓨팅 분야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친환경 기술이다. 보통 Green IT하면 환경을 저해하는 현IT의 문제점을 친환경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으나 현재 차량으로 인한 공해나 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등을 IT로 방지하고 예방해 보다 낳은 환경을 만들어보자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에 개인들도 종이청구서 대신 전자청구서를 받고 점심시간 PC끄기 등 그동안 무관심했던 그린IT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IT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깨끗해 보이는, 즉 환경친화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IT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적지 않다. 생산과정에서 이미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사용되고 폐기물이 생성될 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거대한 환경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쓰이는 컴퓨터와 백색가전이 사용하는 전력비용은 1년에 16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발전소 30개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해당된다. 또 이 같은 전력 사용량은 1억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됨을 의미한다. 미국의 컴퓨터와 가전제품들이 차량 3,00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동일한 양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은 직접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진 않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주요 산업중 하나다. 예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1만여대 서버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1만여대의 중형자동차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이동통신 기지국 1개가 연간 2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효과다. 그린IT가 중요한 이유다.

초기에는 컴퓨터 자체를 구동하는 데 드는 전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이 보다도 컴퓨터 냉각과 각종 주변장치에 쓰이는 전력의 비중이 더 커진 상태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의 경우 매일 5,000대의 서버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과 냉각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 때문에 구글은 수력발전소와 컬럼비아 강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역시 가장 싼 가격에 전력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데이터센터를 옮기고 있다.

한편 CPU의 성능 개선이 전체적인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데이터통신에서의 에너지 효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예를 들면 3.0㎓의 인텔이나 AMD 프로세서의 경우 실제 연산에는 0.03w의 에너지밖에 소비되지 않는다. 반면에 데이터통신에는 11w가 사용되고 있어 실제 계산의 경우보다 3~400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컨트롤러가 많은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5%의 시간에만 실제 데이터 전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비효율의 한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CPU와 컴퓨터를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이고 인내력을 좀 키워 컴퓨터를 재활용해가면서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컴퓨터와 태양전지를 투명하고 얇은 필름 형태로 제작해 건물의 외벽을 둘러싸자는 기발한 제안도 있다.

정부는 녹색성장차원에서 2013년까지 그린IT와 녹색기술에 12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IT강국의 저력을 그린IT로 잇고 이를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생산과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 이렇게 그린IT에 5년간 투자해 2013년이 되면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 5만2,000명의 고용창출과 함께 탄소배출을 1,800만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린IT의 로드맵은 나왔지만 예산이 확보된게 아니어 앞으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실질적 사업을 선도해 투자하고 기업들은 기술개발로 시장에 참여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이 앞선 외산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 ‘녹색’은 되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성장’은 동반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거세게 일고 있는 그린IT 바람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로 특히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혁신이 이뤄 질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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