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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한국인의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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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7.20  1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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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술가 / 통신일보 고문 한재 신충우>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로 지정돼 있는 강릉 농악은 매우 신명나다. 빠르고 경쾌한 12채 가락을 40여 명의 농악패가 이어간다. 태백산맥 동쪽에 전승되는 영동농악의 하나로 농경생활을 흉내내 재현하는 농사풀이가 있어 농사풀이농악이라고도 부른다. 농기, 쇄납(날라리), 꽹과리, 징, 북, 장구, 소고, 법고 및 무동으로 편성된다. 농사의 고충을 잊고 주민들간의 화합과 마을의 단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이 농악이다.

한국인 고유의 ‘신명’은 흥겨운 신과 멋으로 그 중 ‘신’은 흥미와 열성이 생겨 매우 좋아진 기분이다. ‘신명나다’는 ‘흥이나 매우 좋은 기분과 멋이 나다’라는 뜻이다. 흥은 신이 나거나 감탄할 때 내는 콧소리로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을 말한다.

신명은 우리 어깨춤의 추임새에 잘 나타난다. 팔만 벌리고 추는 한량춤형, 신체의 어느 관절만을 부분적으로 움직여 추는 보릿대형, 어느 지점에 신경을 집중시켜 긴장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푸는 덧배기형, 몸을 상하로만 움직여 추는 홍두깨형, 엉덩이만 좌우로 흔드는 성무용형, 손을 좌우로 흔드는 어깨춤형, 손바닥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는 허수아비형,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손춤형 등이 그 유형이다.

‘신나다’도 ‘신명나다’와 비슷한 말이다. ‘신나다’는 ‘신(신명)이 나다’의 준말로 ‘신’이라는 명사에 ‘-나다’라는 접미사가 결합된 파생어이다. ‘신바람’도 ‘신명나다’와 비슷한 의미로 ‘신이 나서 우쭐우쭐해지는 기운’이다. 필자의 큰 딸도 한국인의 흥과 멋을 살려 ‘신나게’ ‘신명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신(申)나래라고 지었다. 이에 ‘신난다’라는 놀림을 받고 있다.

어깨춤은 흥풀이춤으로 집단무에서 주로 어깨만 끄덕이면서 추는 춤이다. 어떠한 자세에서든 앞으로 가거나 뒤로 걸어가면서 또는 제자리를 돌면서 주로 어깨만 움직이면서 추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여성들이 즐겨 추며 특별한 기교가 요구되지 않으므로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 춤을 느리게 추는 경우에는 숨을 들이쉬면서 어깨를 위로 올렸다가 숨을 내쉬면서 어깨를 밑으로 내리는 동작을 한다. 어깨춤을 빨리 추는 경우에는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그 반동으로 고개도 약간씩 좌우로 흔들게 된다.

어깨춤은 아시아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추어지지만 한국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춤은 티베트·몽골·중국의 북동 지역과 일본의 일부 지역, 시베리아 에스키모인들의 춤에서 볼 수 있다. 이 지역의 춤들은 무당이 귀신을 물리칠 때 추는 것으로 시베리아의 무당춤이 고구려를 거쳐 유입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한국춤의 기본 틀은 삼수의 삼박자로 인한 엇박춤과 어깨춤으로 짜여 있다. 어깨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가운데 팔을 좌우로 흔들거나 한쪽 팔을 어깨에 메는 동작을 한다. 또 팔을 크게 좌우와 위로 휘돌리면서 손바닥을 엎었다 뒤집었다 하는 동작으로 뿌리기도 하고, 몸통을 중심으로 양팔을 번갈아 몸의 앞뒤로 유연하게 휘감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깨춤은 춤으로써 흥이 일고 감정이 조절되며 박자도 맞추어진다.

이러한 허튼춤은 사람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있으며, 이러한 춤은 농악을 할 때나 탈춤이 벌어졌을 때, 무당이 굿을 할 때, 마을의 축제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명절에 민속놀이를 할 때 흥이 나면 추는 대중성을 지닌 서민적인 춤이다. 일정한 형식 없이 자기의 멋을 집어넣어 즉흥적으로 추는 흥풀이춤이다.

사용되는 악기는 삼현육각으로 반주장단을 하기도 하고, 외장고와 구음만으로는 주로 굿거리장단을 사용한다. 마당춤에서는 사물(징·북·장구·꽹과리)만으로 할 수도 있다. 춤가락은 굿거리·자진모리·중모리·중중모리·타령·휘모리 등이나 가장 많이 쓰는 것은 굿거리와 자진모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을 돋우는 것은 곁에서 해주는 추임새이다.

우리의 전통 가무는 ‘흥’과 ‘멋’이 있어 신명이 난다. ‘흥’과 ‘멋’은 예술에만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지만 타민족 예술과 우리 전통 가무와의 차이를 특징지우는 중요 개념으로 사용돼 왔다. 전통가무는 신명성과 즉흥성이 특징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어느 곳 어느 때나 기분에 따라 흥얼거리며 춤을 추는 것이 기본이다. 양악과 같이 채보될 수 없는 것이 우리 민속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민중의 정서로 읽어지는 민속악의 본질은 즉흥적인 신명성에 있다.

음악을 엮어가는 원동력은 다른아닌 ‘흥’과 ‘신명’이다. 오직 신명 속에서 절창이 이뤄지고 흥이 없으면 지리멸렬해 진다. 우리 춤도 출 듯 말 듯 갈 듯 말 듯 무게 있는 흥과 멋은 속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지 동작 흉내나 발래 같은 움직임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무의 특징을 서구의 개념과 대비해 보면 신명은 ‘영감’, 흥은 ‘즐거움’, 멋은 ‘취미’로 비유된다.

‘흥’과 ‘멋’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흥이란 언어는 그 자체의 성격을 분류하는 수식어가 없다. ‘흥’은 어떤 흥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흥이 있는가 없는가 만이 문제된다. 일상적 언어 사용에서 “아-, 참 좋은 흥이다”거나 “보잘 것 없는 흥이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멋’의 경우 그 성격 분류의 수식어가 다양하다. ‘구수한 멋’, ‘예리한 멋’, ‘감치는 멋(감칠 맛), ‘세련된 멋’, ‘소박한 멋’, ‘동중정의 멋’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전통가무의 한 특성인 내적리듬에 있어 ‘흥’이 없으면 그 ‘흥’이 구체적으로도 다양한 현상 - ‘멋’은 있을 수 없다. ‘흥’은 개개인의 내적공간에 작용하는 내적 에너지이면서 춤판소리판에 함께 하는 참여자들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흥’은 합리성 논리성 보다는 예측불허의 성격을 지니며 이것은 ‘흥’이 현상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신명이 나면 흥얼거리며 어깨춤을 춘다. 손자를 낳았다고, 풍년이 들었다고, 동네 경사가 났다고, 한국팀이 우승했다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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