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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硏 ‘중국 가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윤승 기자  |  albert@c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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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10  0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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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변화가 눈부시다. 2010년 2사분기 중국 GDP 규모가 1조 3,400억 달러로 일본의 1조 2,900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Credit Suisse Bank)은 중국이 세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는 2020년에는 21.4%로 미국의 20.7%를 능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내수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 2015년까지 평균 임금을 현재의 두 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근로자의 소득 수준 상승에 의한 소비촉진으로 내수 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가전하향, 이구환신 등과 같은 내수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10월 17일 발표된 12차 5개년 규획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내수 확대이다. 그 만큼 중국은 내수 시장으로서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가전 시장도 소득 수준 향상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 지향형 정책으로 연 평균 성장률이 9%에 달한다. 가전은 이미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글로벌 가전 기업과 로컬 기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전 시장이, 실은 모든 기업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매력적인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위해 기업들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글로벌 사업 성공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현재 중국 가전 시장의 리더는 중국 로컬 기업들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의 성공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경쟁 환경은 얼마나 다르기에 글로벌 가전 기업이 고전하고 있는가?

1. 중국 가전 시장 경쟁 환경의 특이성

가전의 대표 제품인 TV,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주요 대형 제품 제조 기업중심으로, 경쟁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경쟁사와 경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유통업체와 고객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경쟁률 170 대 1

중국 가전 시장에는 글로벌 가전 기업이 아주 많이 진입해 있다. LG, 삼성,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월풀(Whirlpool),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와 같은 기업이 있다. 그리고 한국 고객에게 귀에 익은 이름이지만 가전 브랜드 이미지로는 다소 생소한 지멘스(Siemens), 보쉬(Bosch), 도시바(Toshiba), 산요(Sanyo), 히타치(Hitachi) 등이 있다.

중국 로컬 기업은 중국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가전 기업보다 훨씬 많다. 이미 글로벌 가전 기업이 된 중국 최대 가전 업체인 하이얼(海?, Haier)은 한국 고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TV의 하이신(海信, Hisense)과 창웨이(??,Skyworth), 에어컨의 거리(格力,Gree)와 메이디(美的, Midea), 세탁기와 냉장고의 하이얼과 샤오톈어(小天? Little Swan) 등은 각 부문에서 중국 시장 내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을 능가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이 외에 언급하지 않은 글로벌 가전 기업과 중국 로컬 기업을 합치면 약 170 개의 기업이 중국 가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170 대 1. 단순하게 계산하면 글로벌 가전 기업 하나가 중국 시장에서 경쟁해야할 경쟁 업체 숫자다. 물론 타깃 고객층과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가전 기업을 경쟁자로 계산할 순 없지만, 어림잡아도 수십 개의 경쟁업체가 있다. 이런 경쟁은 어떤 글로벌 가전 기업도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글로벌 가전 기업이 진출한 나라도 없고, 로컬 기업이 백 수십여 개 되는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2대 가전 전문 유통 업체

중국은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나라다. 글로벌 가전 기업이 이런 넓은 땅에 자체 유통망을 설치하기에는 투자 리스크가 클 것이다. 이런 가전 기업에게 투자 리스크를 감소시켜줄 존재가 있다. 궈메이(?美, Gome)와 쑤닝(??, Suning)이라는 가전 전문 유통 업체이다. 미국의 베스트바이(Best Buy)나한국의 하이마트, 전자랜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궈메이(Gome)는 331개 도시에 1162개의 매장을, 쑤닝(Suning)은 300개의 도시에 약 1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 민영 기업의 대표 주자로서, 중국 도시 가전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사업성과는 회장들의 재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비록 궈메이(Gome)의 전회장인 황광위는 2010년 부당 대출, 외화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4년 징역형이 확정되었지만, 그와 쑤닝(Suning)의 회장인 장진동은 성공신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물로서 중국 최고 부호 그룹에 속한다.

글로벌 가전 기업에게 이 두 가전 전문 유통 업체는 아군도 적군도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 체인망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 글로벌 가전 기업은 유통에 대한 투자부담이 적어서 좋다. 특히, 신규로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게는 아주 반가운 존재다. 새롭게 중국 시장에 진입을 원하는 가전 기업이 기존의 가전 기업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이들에게 보장해준다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신규 가전 기업이 기존 가전 기업보다 매력적인 마진의 제품을 이들에게 제시한다. 그러면 이들은 고객에게 더욱 잘 보이는 자리에 제품을 배열하고 그 제품을 판 판매원들에게 별도의 성과급을 준다. 신규 진입 기업은 일단 진입 장벽이 낮아서 비용 대비 판매 효과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반면 기존 기업은 자기 매장 앞에 새로이 들어온 또 다른 경쟁자와 경쟁에 시달려야 한다. 결국에는 신규 진입 기업도 초기에 이들과 계약했던 마진율이 부메랑이 되어 역효과를 맞을 확률이 크지만 말이다.

둘째, 이 두 업체는 유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제품을 경쟁사보다 더 싼 가격에 제공 받기를 원한다. 게다가 제조 기업은 유통매장의 소비자 반품과 재고 부담금을 전가해오는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거대한 자본으로 대형, 중대형 도시를 장악한 이들은 소도시와 농촌으로 매장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중이다. 이들의 구매 교섭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과의 관계가 가전 제조 기업의 원가 경쟁력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눈높이, 그러나 다른 경험을 가진 고객

글로벌 가전 기업과 중국 로컬 기업 등 170 개 가전 기업 간 경쟁과 거대 가전 유통업체의 승자는 누구일까? 최후의 승자는 아마도 중국 고객일 것이다. 중국 고객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글로벌 가전 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가 있다. 원가 경쟁력이 탁월한 중국 로컬 기업의 괜찮은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군데 가서 비교해볼 필요도 없이 궈메이(Gome)나 쑤닝(Suning)한 곳만 가면 다 해결된다.

중국 도시의 주요 가전제품 보급률은 100%를 상회하거나 육박한다. 칼라 TV와 에어컨은 가구당 1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1가구당 거의 1대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폭발적인 신규 수요보다는 기존의 것을 새것으로 바꾸려는 대체 수요가 크다. 이미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 고객은 비교할 기준이 생긴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비교해서 다음에 살 때에는 더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려고 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제품을 보는 안목은 선진국 수준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구매 후 중국 고객의 패턴은 선진국과는 다르다. 일례로 농촌 지역 의 세탁기 고장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채소 찌꺼기였다. 농촌 지역 일부 고객들은 채소를 씻을 때도 세탁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촌 지역의 세탁기 보급률(53.1%)은 도시의 그것(96.8%)과는 차이가 나지만 농촌에서 팔리는 제품과 도시에서 팔리는 제품의 품질이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까다로운 중국 고객의 취향에 맞추려면 가전 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서는 제품이 필요하다.

이런 까다로운 중국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전 기업은 어떻게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중국 가전 시장 경쟁 구도

중국 가전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을 중국, 독일, 일본, 한국, 미국과 유럽 5개 그룹으로 구분해 보았다.

중국 로컬 기업

수년간의 격렬한 경쟁을 통해, 가전 시장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 로컬기업의 경쟁역량은 급속하게 강화되어 왔다.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기업들은 하이얼(Haier), 하이신(Hisense), 거리(Gree), 메이디(Midea) 등이 있다.

하이얼(Haier)은 5만명의 직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 최대 가전 업체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민 브랜드이다. 세탁기와 냉장고 시장에서 다른 경쟁업체와 월등한 격차로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A/S 서비스와 유통망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하이얼(Haier)은 저가의 ‘Made in China’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이얼(Haier)은 지속적으로 매출의 5%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7,000 명의 종업원이 R&D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카사르테(Casarte)라는 고가 브랜드로 프리미엄 및 해외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하이신(Hisense)은 중국 TV 시장의 리더이다.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하고 있다. R&D 센터의 직원 수가 2,000명이 넘는다.

거리(Gree)는 에어컨 시장의 리더이다. 매출의 2%를 R&D에 투자하며 1,200 명의 R&D 직원이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보다 싼 가격대의 제품을 판매하지만 중국고객에게 품질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규모 도시에서 7,000위안 이상의 자체브랜드만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유통점을 가지고 있다.

메이디(Midea)는 거리(Gree)에 이어 에어컨 시장 2위 업체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 기업의 제품 중 잘 팔리는 모델까지도 빨리 복제해서 보다 더 싼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빠른 시간에 기술을 모방하며,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0년 세탁기 시장의 강자 샤오톈어(LittleSwan)를 자회사로 거두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

독일 기업은 독일의 벤츠, BMW 등의 명차 브랜드의 후광 효과와 함께 좋은 품질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강점이다. 대표 기업은 지멘스(Siemens)와 보쉬(Bosch)이다. 두 기업은 BSH 그룹의 메인 브랜드이다. 지멘스는 전기전자업체로, 보쉬는 자동차 부품과 전동 공구 회사로 각각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다. 지멘스와 보쉬, 두 회사 모두 대형 가전 부문에서는 드럼 세탁기와 냉장고 제품만을 제조한다. 특히 지멘스는 드럼 세탁기에서 넘볼 수 없는 시장 점유율 1위의 절대 강자이며 냉장고도 시장 점유율 2위라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전 기업으로서의 보쉬는 지멘스보다 덜 알려진 후발 주자이다.

그런데 왜 같은 그룹 소속의 회사인데 같이 세탁기와 냉장고를 팔까? 지멘스의제품은 탱크처럼 견고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고 제품 색상도 은색과 백색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멘스의 보수적인 디자인보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보쉬의 제품은 빨강, 검정 등 다양한 색상과 지멘스와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일본 기업은 일본 특유의 정밀함을 강조하는 기술과 깔끔한 디자인이 강점이다. 소니(Sony), 샤프(Sharp), 파나소닉(Panasonic), 산요(Sanyo), 히타치(Hitachi), 도시바(Toshiba) 등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 파나소닉을 눈 여겨볼만하다.

파나소닉은 2009년 산요를 인수했다. 중국 가전 시장에서 파나소닉과 산요는TV,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가 주요 사업 영역이고 특히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에서성과를 내고 있다.

지멘스와 보쉬의 디자인 차별화 전략과는 달리, 사업영역이 겹치는 파나소닉과 산요는 가격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제일 비싼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산요는 파나소닉과 겹치지 않는 중저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파나소닉에게 인수되기 전, 산요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니와 샤프는 TV 부문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샤프만이 Top 5에 있으며, 소니는 상위권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전 분야의 제품을 제조하는 히타치와 도시바도 중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한국 기업은 독일, 일본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성능 (Value for money)과 디자인 및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LG와 삼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LG는 드럼 세탁기와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은 TV와 냉장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의 월풀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있다. 이들은 세계 가전 시장 1위, 2위를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이들 실적은 세계가전 시장 리더의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품질, 가격, 디자인, 기능 등 중국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월풀은 그나마 세탁기 시장에서만 약 4%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는 세탁기와 냉장고 시장에서 1% 미만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1등 못하는 이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의 대도시 시내를 걸어가 보면, KFC, McDonald’s, PizzaHut, Starbucks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백화점에 가보면 루이뷔통, 구찌 등 글로벌명품 브랜드가 즐비하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그만큼 중국 고객들도 외국 브랜드들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자동차를 봐도 폭스바겐(Volks Wagen), 지엠(GM), 토요타(Toyota), 현대 등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핸드폰도 노키아(Nokia)와 삼성이 시장 1, 2위 업체이다. 그런데 왜 유독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이 1등을 못할까?

KMR Group의 Geoff Wicken은 “중국 고객은 외부에 자신의 지위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남들에게 잘 보여 지는 차나 핸드폰은 글로벌 브랜드를 선호한다. 하지만 가전제품은 남들에게 잘 보여 지지 않는 집안에 있기 때문에 중국 고객은 믿을만한 로컬 브랜드의 제품을 산다.”라고 했다. 이것이 중국 고객 특성을 반영하고 있고 글로벌 가전 기업이 1등을 못하는 이유 중 일부는 될 수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들도 저마다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외에 다른 이유가 더 있을까?

첫째, 중국 로컬 기업의 탁월한 원가 경쟁력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의 주요 타깃은 소득 수준이 높지만 인구수는 적은 고객층이다. 이와는 달리 중국 로컬 기업은 소득 수준은 낮지만 인구수가 많은 고객층을 공략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부품을 조달해서 원가를 낮춘다. 그리고 글로벌 가전 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하기 때문에 싼 부품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가전 기업의 타깃은 프리미엄 시장에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글로벌 가전 기업은 글로벌 가전 기업과 하이얼(Haier) 등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을 지향하는 중국 로컬 기업과도 경쟁해야만 한다. 반대로 중국 로컬 기업은 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전 기업이 넘보지 않는 고객층까지 시장을 가질 수가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BCG)은 ‘Foreign or Local Brands in China?’ 라는 보고서에서 3대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국 고객은 샤프, 지멘스, 소니 같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반면 소도시에 거주하는 고객은 이런 글로벌 브랜드에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신타이(Xintai)씨는 “그런 브랜드들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외국 브랜드 가전은 사지 않을 겁니다.”라고 했다. 중국 전 지역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수준이 고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중국 로컬 기업의 우월한 A/S 서비스 역량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에 비해 낮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A/S 서비스망 확충 부분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하이얼(Haier)은 A/S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이얼(Haier)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품질을 걱정하지 않는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그곳이 농촌 지역이라 할지라도 하이얼(Haier)이 즉각 전국적인 A/S 서비스망을 통해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글로벌 가전 기업은 대규모 비용이 소모되는 서비스망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자체 서비스망보다는 외주 업체를 선호한다. 대도시를 벗어날수록 글로벌 가전 기업의 서비스 커버리지는 약해진다.

셋째, 중국 로컬 기업은 자체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중소규모 도시까지 매장을 확장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궈메이(Gome)나 쑤닝(Suning) 등 대규모가전 유통 업체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했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이들을이용해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공략하는 사이, 중국 로컬 기업은 소규모 도시와 농촌을 공략했다. 가전 유통 업체가 시장성을 의심하는 소규모 도시와 농촌 지역에도 하이얼(Haier)은 ‘Goodaymart’와 ‘하이얼브랜드 샵’ 등 자체 유통망으로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거리(Gree), 하이신(Hisense)과 같은 시장 선도 중국 업체들은 자체 유통망을 소유하고 있다.

넷째, 중국 로컬 기업은 적극적인 R&D투자와 품질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로컬 기업은 글로벌 선진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있어 R&D 투자와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런 결과로 중국 로컬 기업은 고객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글로벌 가전 기업보다 한발 앞서 발견하고 개선한다. 일례로, 하이얼(Haier)은 농촌지역에 팔리는 세탁기의 주요 고장 원인이 채소의 찌꺼기인 점을 발견했다. 세탁기로 채소도 씻을 수 있도록 하이얼은 세탁기의 배수관을 넓히고 필터의 구멍을 크게 해 채소 껍질을 잘 빠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이 세탁기는 고객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 로컬 기업들은 수익을 기반으로 R&D 투자와 품질을 개선시키면서 브랜드를 프리미엄 이미지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요약해 보면, 하이얼(Haier), 하이신(Hisense), 거리(Gree)는 브랜드 이미지로도 글로벌 가전 기업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글로벌 가전 기업에 엄청난 부담감을 주고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국민의 소득 향상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산층(Middle of Pyramid)시장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메이디(Midea), 샤오톈어(Little Swan), 창웨이(Skyworth) 등의 원가 경쟁력은 글로벌 가전 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 전부터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가전 기업보다 고객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있다.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단기적인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로 인한 결과이다. 중국 로컬 기업으로 인해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기가 힘들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시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3. 글로벌 가전 기업의 생존 전략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로컬 기업 때문에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가? 이미 수년간 또는 수십 년간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곧 세계 소비 시장 1위가 될 시장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지금까지 글로벌 가전 기업이 실행했던 전략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욱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이 실행해왔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고객 관점에서 살펴보자.

뭘 선택할지 모르겠어요!

“뭘 선택할지 모르겠어요!” TV를 사러 가전 유통 전문점에 들어간 한 상하이에 거주하는 중국 고객의 한마디이다. 왜 그럴까? 이 중국 고객이 TV를 구매하기 전 그의 시선을 한번 따라가 보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매장에 내렸다. 얼핏 봐도 20개가 넘는 TV 브랜드들의 번쩍이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마땅하게 마음속에 둔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입구 바로 옆이라 눈에 들어오는 소니 매장부터 들어가 본다. 제품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 당장 결정할 필요가 없어 대충 훑어본 후, 소니 매장 옆에 있는 하이신(Hisense)으로 자리를 옮긴다. 아까 소니 매장에서 봤던 제품이랑 비슷한 걸 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그리고 그 옆에 창웨이(Skyworth)로 가본다. 하이신(Hisense)에서 가격을 물어봤던 그 제품과 비슷한데 창웨이(Skyworth)가 좀 더 싸다. 갑자기 창웨이(Skyworth) 매장 맞은편에 있는 샤프(Sharp)가 눈에 들어온다. 그 쪽 매장의 직원과 눈이 마주친다. 그 샤프 직원은 TV는 샤프가 제일 좋다고 한다. 예전에 직장 동료도 그렇게 이야기 한 듯하다. 그래서 관심이 생겨 그 쪽 매장으로 가본다. 그런데 가격이 좀 더 비싸다. 망설이는데 건너편에 한국 LG와 삼성이 보인다. 요즘 광고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호기심에 한번 가본다. 외국 제품들이 더좋은 거 같지만, 그렇다고 중국 제품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도 않다. 다들 비슷한 것 같다. 혼란스럽다. “뭘 사야 되지?”

TV외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을 사려는 중국 고객도 입장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 많은 선택으로 인해 중국 고객은 혼란스럽다. 고객입장에서는 뭔가 확실하게 좋은 게 있으면 그것만 선택하면 제일 편할 텐데 말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가장 좋아할만한 제품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각 브랜드의 제품이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왜 차별화되는 제품이 없을까?

빠른 추종자 (Fast follower) 전략의 달인, 중국 로컬 기업

예전에 일본과 한국이 그랬듯이, 중국 로컬 기업도 빠른 추종자 전략을 쓰고 있다. 모방 기술, 스피드, 원가, 적어도 이 3가지 측면에서, 중국 시장의 빠른 추종자 전략을 평가한다면, 단연코 최고의 달인은 중국 로컬 기업이다. 빠른 추종자 전략은 경쟁사를 따라 잡기에 적절한 수단이다. 중국 로컬 기업은 디자인 또는 괜찮은 기능이 있으면 그대로 베껴서 더 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는다. 특색 있는 제품이 바로 특색 없는 제품이 되는 순간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의 제품 전략이 무력화된다. 디자인과기능이 비슷하다면 고객들은 굳이 더 비싼 제품을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 시장에는 잘 팔리는 글로벌 가전 회사의 제품은 없는 걸까? 세탁기제품 중 드럼 세탁기 부문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세탁기 시장의 1위는 하이얼(Haier)이고 지멘스가 2위다, 세탁기 시장은 전자동 세탁기 (통돌이 세탁기), 드럼 세탁기 등 모두를 포함한다. 중국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더 싼 전자동 세탁기가 많이 팔린다. 그런데 지멘스는 전자동 세탁기보다 훨씬 비싼 드럼 세탁기만 제조하는 데도 세탁기 시장 2위, 드럼 세탁기 시장 1위를 한다.

드럼 세탁기 베스트 셀링 Top 10 모델을 보면 지멘스의 제품이 평균(2007년~2010년 10월까지) 6개를 차지한다. 지멘스를 제외한 글로벌 가전 기업의 제품은 매년마다 거의 1개 모델 정도가 10위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다. 타 글로벌가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로컬 기업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멘스 제품은 무엇이 특별하기에 고객들이 많이 사는 걸까?

실제로 지멘스 매장을 가보면 똑같은 디자인에 용량만 차이나는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경쟁업체의 매장에서는 다양한 기능, 멋진 디자인, 화려한 색상을 선보이고 있다. 지멘스 매장의 특별한 점을 굳이 찾자면, 다른 곳보다 덜 화려하다는 것이다. 지멘스 제품은 견고한 느낌을 주는 평범하며 고전적인 디자인 정도이다.

점점 지멘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그래서 왜 중국 고객이 지멘스 물건을 사는지 지멘스 매장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자신 있게 지멘스 제품의 품질이 최고라는 것이다. 판매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거 같아 구매한 여러 명의 중국 고객들과 인터뷰를 해봤다. 공통적으로 지멘스의 우수한 품질이 좋아서 산다고 한다.

글로벌 가전 기업의 품질은 생산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에 한국 고객은 단순히 품질이 좋다는 사실만으로는 가전제품을 사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품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가격보다 가치 있는 것이 품질이다

그러면 지멘스 제품 가격은 저렴할까? 세탁기 시장 판매 대수 기준으로 보면 하이얼(Haier) 29.5%, 샤오톈어(Little Swan)가 13.3% 인데, 지멘스는 5.9%로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 그러나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하이얼은 27.2%, 샤오톈어는 11.5%로 판매 대수 기준 시장 점유율 보다 감소하는 반면, 지멘스는 11.8%로 판매 대수 기준 시장 점유율의 2배가량 증가한다. 지멘스의 가격이 훨씬 비싼데도 잘 팔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고객은 품질에 대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도 중국 가전 시장에서 품질이 중요할까? 고객의 사용 경험이 다르고, 문화, 생활 환경도 다르다. 중국에는 좁은 집도 많아서 냉장고를 거실에 두는 가정도 많다. 심지어는 세탁기도 거실에 두고 TV를 보기도 한다.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아파트도 많지만, 오래된 주택도 많다. 자체 결함에 의한 고장도 발생하겠지만, 이런 다양성이 기업들이 예상할 수 없는 고장의 원인을 제공한다.

이럴 때 A/S 서비스의 역할이 절실하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영토가 너무 넓어 A/S 서비스망 관리가 쉽지 않다. 중국 로컬 기업은 예전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제품을 생산했고, 부족한 품질을 보완하기 위해 A/S 서비스망에 투자를 해왔다. 반대로 글로벌 가전 기업은 대도시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A/S 서비스망이 중국 로컬 기업에 비해 빈약할 수밖에 없다.

A/S 서비스가 잘 정비되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고객도 글로벌 가전 기업의 제품을 산다. 당연히 품질이 좋을 줄 알고 산 제품이 고장을 일으켰을 때 고객은 당연히 불만을 표시하고 수리를 요구한다. 그런데 A/S 서비스가 좋지 않은 관계로 해결이 되지 않고 계속 고객의 불만이 누적될 경우, 그 브랜드는 엄청난 후폭풍을 경험한다.

A/S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다양한 사용 경험과 환경에도 고장이 나질 않는 초기 품질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지멘스도 A/S 서비스 역량은 중국 로컬 기업에 뒤쳐지지만, 품질로서 약점을 보완했다.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로컬기업과 경쟁을 달리 해야 한다.

품질이 전략이다

아무리 빠른 추종자 전략의 달인이라도 지멘스의 경쟁력을 단시간에 모방할 수는 없다. 빠른 추종자 전략의 목표는 경쟁 상대를 따라 잡는 것이다. 이 전략의 대상은경쟁사다. 제품을 사는 대상은 고객인데도 말이다. 지멘스의 대상은 고객이다. 고객은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는 그 제품의 품질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구매 전 지인, 친구, 부모님의 추천, 인터넷의 사용 후기 등을 통해 접한 정보를 토대로 구매 결정을 한다. 다양한 기능도 중요하고 가격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이다.

“품질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 사실은 고객도 기업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지멘스가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1위를 하는 이유가 거창한 전략과 탁월한 제품 기능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답은 예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깊이 생각해보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아무 기업이나 좋은 품질의 물건을 생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부품을 써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산하고 제품을 출고하기 전 꼼꼼하게 체크하면 된다. 그러나 경쟁사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더 빨리 내놓는다. 비싸고 좋은 부품보다는 싸고 쓸 만한 부품으로 교체하고 빨리 만들면 생산 제품 당 투입 임금이 줄어들어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다.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보다 비싸면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고, 그러면 제품을 생산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원가 절감은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제품 가격은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판매는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원가 절감을 하면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어떻게 하면원가 절감을 하면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객 핵심 가치에 충실한 제품

첫째, 고객 핵심 가치에 충실한 제품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하이얼(Haier)과 같은 중국 로컬 기업처럼 중국 고객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 하이얼(Haier)은 2009년 세탁기 부문 신제품 출시 수가 155개이고 샤오톈어(LittleSwan)는 54개이다. 파나소닉은 25개, 지멘스는 10개가량 이다. 샤오톈어(LittleSwan)도 하이얼(Haier)보다는 적은 숫자이지만 그래도 글로벌 가전 기업보다 많은 수의 제품을 개발한다. 하이얼의 경우 모든 고객층을 다 상대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하이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샤오톈어(Little Swan)도 다양한 고객층을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한다. 고객의 니즈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로컬 기업처럼 모든 고객층을 다 상대할 수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베스트셀러 10개 모델 중 6개가 지멘스(Siemens)의 제품이다. 지멘스의 고객 핵심 가치는 고장 없이 세탁이 잘 되는 경험의 제공이다. 지멘스는 고객의 핵심가치를 최고의 품질로 인식하고 품질 관리를 엄격하게 실행하고 있다. 생산과 개발 측면에서 지멘스의 품질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생산 측면에서, 지멘스는 WTS(Worldwide Technical Standardization)라는 나라에 상관없이 전 세계 똑같이 지켜야 하는 품질 관리 기준이 있다. 여기에 있는 지멘스의 품질 관리 필요 사항은 중국 국가 기준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수출품뿐 아니라 중국향 생산품에도 이 기준은 그대로 적용된다. TQC(Total Quality Control)는 직원이 자재 구매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필요한 프로세스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인상적인 내용은 지멘스는 생산한 모든 제품을 100% 품질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제조업체는 생산품의 일부만을 검사하는 샘플링 검사를 채택한다. 전수 검사를 실시하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재 품질도 아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품질 기준에 미달되는 중국 자재는 중국에서 조달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수입한다. 생산 효율성과 비용 절감보다는 품질이 최우선이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개발 측면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최고의 품질을 지켜낼 수 있는 적절한 수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들은 시장에서 베스트 셀링 모델이 되었다. 베스트 셀링 모델이 많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R&D 비용이 적게 든다. 신제품을 개발하면 설계부터 금형, 부품, 신제품 테스트 등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R&D 효율성이 좋아 진다. 적은 모델 수의 개발로 프로젝트에 대해 더욱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품질 집중도가 향상 된다. 개발 단계에서 품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산성 및 품질이 향상 된다. 모델이 바뀔 때 마다, 부품 등 여러 가지가 바뀌어야 된다. 아무리 훈련이 잘 된 생산직원이라도 자주 생산 모델이 바뀌게 된다면, 다시 그 모델 생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을 소모하게 마련이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진다. 생산 모델 수가 적으면 자연히 이런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아는 것이 생산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가져다준다.

고객 관점의 플랫폼 전략

둘째, 고객 관점의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가전 기업들은 신흥시장의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고품질/고성능 전략에서 가격을 낮춘 가전제품으로 저가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GfK에 따르면, 산요의 드럼 세탁기 평균 제품 단가는 2008년 1사분기에 기간 5,787위안(983,096원)에서 2010년1사분기에 4,206위안 (714,515원)으로 약 37.5% 떨어졌다. 2009년 소니도 32인치형 LCD TV의 제품가격을 2,830위안(480,760원)으로 낮춰서 출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국가별로 현지 사정에 맞게 꼭 필요한 기능과 품질로 현지 시장에 맞는 가격의 제품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지멘스의 품질 관리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만약 이 전략이 현재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춘다면, 적어도 중국에서는 전략 의도대로 매출 성장이 이루어 질 것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행여나 싼 부품으로 대체하고 필요한 부품을 생략하거나 품질 관리에 소홀해진다면아주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가격 경쟁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 고객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고품질의 제품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국적으로 매출이 상승하겠지만, A/S 서비스 경쟁력이 부족한관계로 품질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로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나라마다 품질 기준을 달리 적용한 무리한 부품 원가 혁신 노력은 피해야 한다. 품질에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글로벌 가전 기업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시너지와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플랫폼 전략이란 다양한 용도에 공통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기본 구조를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자국에 강력한 R&D 조직과 플랫폼 전략을 가지고 있다. 지멘스도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 본사의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연구 개발보다는 생산 품질과 고객 인사이트 발굴에 더욱 자원을 투입한다. 중국 로컬 기업은 중국 내수 시장 기반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운영하는 능력은 아직까지는 글로벌 가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로컬 기업들도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R&D 센터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가전 기업이 과잉 대응해서 중국 시장만을 위해 플랫폼을 분산시켜 운영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중국 시장을 위한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의모터보다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의 시너지를 제대로 이용하면 품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지멘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사와 다르다. 처음부터 비싼 가격이 고객에게 매력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멘스는 품질로써 인정받도록 수요층은 적지만마진이 큰 모델, 즉 High Margin - Low Volume 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활동을 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지멘스(Siemens)의 고객을 위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했다는 것이다. 오랜 동안 변하지 않는 충실한 모습이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4. 장기적 시각 없이는 미래도 없다


2009년 중국 정부의 10대 산업 진흥 정책에서는 정부가 전자 정보 산업 분야 등을 포함해서 업계 재편을 유도한다고 발표했다. 기본 추진 방향 중 M&A 추진과 총량규제 및 낙후 시설 도태를 통한 산업구조조정이 주요한 내용이다. 산업구조조정이 되고 나면, 중국 로컬 가전 기업의 경쟁력은 지금 보다 훨씬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도 중국 내수 시장과 같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잠재력이 엄청난 나라이다. 중국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그냥 내줬다가는 현재 차지하고 있는 세계 시장을 중국로컬 기업이 다 잠식해버릴 것이다.

글로벌 가전 기업에게 중국은 투자 대상이다. 수익이 나야지만 그 다음 투자를 할수 있다. 매출액 중심의 단기성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국 로컬 기업에게 중국은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이들은 글로벌 가전 기업이 꺼려하는 유통과 A/S 서비스에도 과감한 투자를 했다. ‘Made in China’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R&D와 품질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가전 기업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중국 로컬 기업보다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 로컬 기업은 중국 로컬 기업과 글로벌 가전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싼 가격보다 가치를 줄 수 없는 어설픈 품질의 제품으로는 중국 로컬 기업과 경쟁도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드럼세탁기 부문에서 차별화되는 품질로 지멘스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품질만 더 좋아서는 안 된다. 지멘스 드럼 세탁기도 제조품이기 때문에 고장은 나기 마련이다. 지멘스의 A/S 서비스는 중국 로컬 기업과 비교할 때 열위에 있다. 다양한 사용 환경과 습관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중국 로컬 기업은 글로벌 가전 기업 보다 2대 가전 유통 전문점인 궈메이(Gome)와 쑤닝(Suning)의 단가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자체 유통망이 있기 때문이다.유통망 확대 및 다양한 유통 채널 개발을 추진하지 않으면, 궈메이와 쑤닝의 무리한 요구를 뿌리치기가 더욱 힘들고 결국에는 원가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 가전 기업은 저마다 나름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너무 넓고, 너무 많은 인구, 그리고 너무 많은 경쟁사가 있다. ‘우리 회사 브랜드’는다 알겠지 생각하지만 중국 고객에게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이다. 한두 번 광고한다고 해서 알려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광고뿐 아니라 제품도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채널이다. 고객은 매일 가전제품을 사용한다. 마케팅의 중심에 품질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LG경제연구원 김민석 선임연구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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