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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술가 통신일보 고문 / 한재 신충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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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하면 대부분 더러운 오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까지, 화학비료의 공급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만 해도 천연비료로 귀중한 대접을 받았다. 농촌에선 마실을 갔다가도 용변을 보려면 집에 와서 보곤했다. 개똥도 같은 이유로 주으러 다녔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똥이 되고, 그 똥이 뒷간과 거름장 등을 거쳐 밭에 뿌려지면, 다시 반찬이 돼 우리들 입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생태순환이다.
호랑이가 담배먹던 옛날 이야기와 같은 ‘뒷간’이 재현돼 눈길을 끈다. 경남 지리산 자락에 소재한 녹색대학에 있는 생태뒷간이 그것이다. 주춧돌에 앉아 풍경화를 감상하며 똥을 누면 완겨가 뿌려진 후라이팬에 떨어진다. 후라이팬의 똥을 뒷간 한켠의 똥통으로 옮기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오줌은 깔대기로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똥과 오줌은 변신한다. 땅을 걸게 해준다는 거름이 되는 것이다. 배설물로 우리 몸에서 나갔지만 약간의 변신으로 흙에서 손을 들어 반기는 손님이 된 거다. 흙과 똥거름이 섞여 한껏 충만해지면 그의 품에 뿌려지는 씨앗들에게 더욱 너그러워진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중요시하는 녹색대학(www.ngu.or.kr)은 비인가대학으로 이른바 ‘대안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경남 함양 백전면 평정리에서 2003년 4월 5일 식목일에 문을 열었다. 세상의 나무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식목일을 개교일로 택했다. 폐교가 된 백전중학교 교사를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인근 대안리 지리산 자락에 배후 생태공동체마을 청미래마을도 조성했다. 교육과정은 기초와 연구과정으로 나눠 전반부 2년간의 기초과정은 생태이념과 관련된 기초학문, 영성을 수련한다. 그 뒤 3년간의 연구과정은 공방수업을 한다. 공방수업을 통해 생태문화공간 창조기술을 터득한다.
생태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하나의 실천적 운동으로서 전 세계에서 전개되고 확산되고 있다. 생태공동체는 대개 태양열 풍력 등 대체 에너지개발, 유기농법, 생태적 건축, 최대한 자원의 재활용 및 절약 등의 생활방식을 공통점으로 갖는다. 생산과 분배 그리고 일상생활면에서의 공동체성이 결여된 채로 단순한 생태친화적인 생활을 하는 군집적인 마을형태는 생태공동체와 구분해 생태마을이라고 불리운다. 국제생태마을네트워크가 규정한 생태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보면 사회적 공동체성, 생태성과 영성 세 가지가 있고 그 이외에 생산과 소유에서의 공유와 같은 경제적인 요건이 추가되기도 한다.
가장 주목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산3번지에 소재한 ‘변산공동체’. 아직도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산다. 기술문명이 미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먹고 쓰며 살겠다는 의지다. 공동체식구 20여 명, 식구로 살다가 독립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10여 가구 50여 명이 더불어 산다.
이 공동체에서는 개인의 것이 없다. 땅은 사람이 빚어낸 것이 아니기에 토지를 사유화하지 않고 모두 경작권만 가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금액 8할은 본인이 갖고, 2할은 공동체 신협기금으로 들어간다. 돈이 필요하면 자물쇠 없는 금고에서 꺼내 쓰고 장부에 기록한다. 무엇이든 나눠 쓰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하게 된다고 한다. ‘더 많이, 더 빨리’를 바라는 도시에서의 삶과 달리 욕심이 없기에 걱정도 없다.
이곳에도 초중고가 있는데 일반학교와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학교’하면 고만고만한 또래 아이들이 떼 지어 모여 있는 건물과 운동장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공동체학교에는 없는 것이 많다. 학교 건물도 없고 교실도 교과서도 운동장도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삶터와 일터가 곧 배움터고 자연과 부모를 포함한 마을 어른들이 스승이다. 삶터, 일터, 배움터가 하나인 공동체이면서 배우며 나눔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도회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이 있다.
학교수업도 일반학교와 다르다.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요리 하기, 나무로 생활용품 만들기, 그릇 빚기 따위를 배우며 아이들은 마을 안에서 어른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고, 자연 속에서 자기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생명체의 근본 힘은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하는 자율성에서 나온다는 설립자 윤구병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
수업 과목을 보면 풍물, 염색, 목공, 농사, 역사, 음악, 철학 같은 것이다. 시험용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친다. 교사는 공동체 있거나 이곳에서 독립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다. 문제학교라는 인식이 있는 유럽식 대안학교를 모방한 다른 대안학교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학교이다. 무엇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이다. 이 학교는 1996년 전남 함평출신의 철학교수(충북대)를 하던 윤구병씨가 꾸렸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핀드혼 생태공동체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할 무렵인 1962년 산업화의 문제점을 파악, 생태공동체에 착수해 성공,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18세기 세계에서 증기기관을 가장 먼저 발명, 산업혁명을 이끈 나라가 바로 영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의 굴뚝’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중국은 1980년대 후발로 산업화에 참여,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구미 선진국의 무분별한 에너지사용으로 전세계가 모두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너도 나도 녹색정책을 외치고 있다. 화석연료 줄이기. 대체 에너지 개발, 저탄소 제품 구매, 에너지 절약, 숲 가꾸기, 유기농 확대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야단이다. 지구촌 식물들이 흡수하는 양의 1.5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인간들이 매일 배출하고 있으니 지구가 몸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의 시대를 맞아 과학자들도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과 삶터는 이런 기술 발전이나 어느 개인의 노력과 선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 직전에 다다랐다.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체적 대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화→ 지역화, △집중화→ 분권화, △획일화→ 다양화, △거대화→ 분산화 등이 생태 연구자들에 의해 제시되고 있는 공동체적 대안이다. 지구도 순환하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이다.
녹색과 초록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녹색과 초록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어울린 모습이다. 때로는 불협화음과 부조화가 어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우리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생태위기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대안 찾기가 지금 이곳저곳에서 들풀 퍼지듯이 번져나가고 있다. 아직은 그 흐름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전환시킬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본-산업-국가-민족-가부장과 같은 지배적인 주류 동맹 밖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어소시에이션(결사)-호혜-생명-평화-여성과 같은 담론이 느슨하게 접합되고 이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관계가 재구성되고 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초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삶의 방식은 존재자의 몫이다. 매연 속의 도회지에서 ‘편리한’ 삶을 추구하든, 공기 맑은 오지의 농어촌에서 ‘편안함’을 영위하든 그것은 각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녹색시대를 맞아 어리석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 생태적인 삶이 돋보인다. ‘가난한 밥상’이 건강에도 좋다. 성인 3명 중 한 명이 비만인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위협하는 근본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고, 대량 소비가 미덕이었던 탓이다. 자연의 지속가능한 이용이 아니라 도시의 개발, 팽창, 속도가 가치 평가의 우위에 있는 한 지구의 대재앙은 막을 수 없다. 욕망의 절제, 소박한 생활, ‘느린 것이 소중하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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